“연고를 발라도, 얼굴은 더 붉어졌습니다” – 얼굴습진각질, 피부가 아닌 몸의 신호

아토피를 이겨낸 한의사 임은교 2025. 5. 1. 20:00

얼굴에 반복되는 각질과 붉은기, 아무리 연고를 바꿔도 진정되지 않는 가려움…
저 역시 그 막막한 싸움의 시간을 10년 넘게 겪어왔습니다..

※이 글은 피부를 살피는 것에서 시작해 '몸 안의 상태'를 들여다보며 알게 된 것들에 대한,
저의 아토피·습진 환자 시절 회복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 얼굴 각질과 가려움이 반복되고 연고 효과가 없다면
✅ 얼굴에 열이 자주 오르고 피부가 붉게 달아오른다면
✅ 치료도 관리도 점점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이 글이 여러분에게 위로와 힌트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는 더 이상 단순히 피부만의 문제가 아닌,
몸의 균형을 돌아봐야 할 때라는 ‘신호’일 수 있거든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토피를 이겨낸 한의사' 청아한의원 임은교 대표 원장입니다

붉어지는 얼굴, 멈추지 않는 각질과 가려움

“연고도 계속 바꾸고 보습제도 바꿔봤고, 병원도 옮겨봤는데요…
얼굴은 점점 더 붉어지고 따가워요.

각질도 자꾸 일어나고, 이제는 거울 보는 게 너무 무서워요.
그냥 계속 악화되는 느낌이라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시작된 상담은, 저에겐 아주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과거 저의 이야기였거든요.

피부는 빨개지고, 각질과 가려움은 점점 심해지는데 약은 듣지 않고..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감이 무너지고..

얼굴로 번진 아토피 때문에 진물이 흐르고 아침이면 퉁퉁 붉게 부어오른 모습에

학교 가기가 싫어 매일 밤 홀로 울며 자퇴를 꿈꿨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조차 무서워져

집 앞 외식 같은 가족과의 가벼운 외출조차 꺼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연고도, 보습제도… 반복되는 무력감

그 시절, 주변에서는 늘 같은 말을 들었어요.

“연고 잘 발라야 해요.”
“이건 관리가 중요해요.”

하지만 그 ‘관리’가 도대체 뭔지,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 지,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음에도 과거의 저와 같은 상황에 답답한 심경인 환자분들이 아직도 계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정말 많은 걸 시도해봤습니다.

만약 이 중에 성공한 방법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한의사가 되지 않고 그와 관련된 다른 길을 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맹목적으로 치료방법을 찾아 매달렸었어요.

보습제도 수십 번 바꿔봤고, 피부에 좋다는 영양제며 건강식품도 빠짐없이 챙겨 먹어봤고, 샤워와 세수 방법까지 달리하면서 돈과 시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 해봤습니다.

문제는 그 모든 걸 다 해봤는데도 피부는 여전했다는 것이었죠.

팔과 다리에서 시작된 각질은 얼굴을 포함해 몸 여기저기로 번졌고,

얼굴은 항상 붉게 화끈거렸으며,

참기 힘든 가려움은 연고를 발라야 겨우 몇 시간, 잠깐뿐인 평화였습니다. 그 마저도 점점 주기가 짧아져갔죠.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약을 바꾸고 또 바꾸고, 보습제를 바꾸고 또 바꾸는 것뿐이었습니다.

피부만이 아닌, 몸 전체가 보내는 신호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이렇게
계속 바르는 것을 바꾸는 게,
나에게 의미가 있을까?

지금까지 발라서 안 나았던 게
하루아침에 나아질까?

절망에 가까운 그 순간,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들이 있었습니다.

증상이 악화될 때마다 늘 안고 살던 몸의 증상들이었어요.

✔ 소화불량과 가스
✔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체기
✔ 7시간을 자도 회복되지 않는 만성적인 피로

체력을 길러보겠다고 운동도 꾸준히 했고,
도시락 싸 다니며 건강한 식사를 시도하고,
밤 12시 전에는 꼭 잠들려 노력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화기 문제와 피로만큼은 정말 어떻게 해도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때서야 문득 깨달았던 것 같아요.

‘몸속 어딘가 고장 나 있었구나.’
왠지 이 문제가 내 피부와도 연결되어 있을 것 같다는 사실을요.

면역의 중심, 점막이 무너지면 피부가 반응합니다

실제로 제 피부가 나아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알게 됐습니다.
음식, 집먼지 진드기 등 외부의 자극보다 무서운 건, 내 몸 안의 염증이었습니다.

아토피·습진은 면역의 중심인 우리 몸 안의 '또 다른 피부',

<점막>이 흔들려 피부가 무너진 결과기 때문이에요.

장(腸)의 점막, 호흡기의 점막 등 신체 내부를 보호하고 있는 점막은

마치 몸 안의 ‘필터’처럼 염증과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점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염증이 몸 안에 누적되다 결국 피부로까지 영향을 미쳐
얼굴에 각질이 일고, 열이 오르고, 가려움이 반복되는 얼굴습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에요.

피부와 함께 나타나는 몸의 이상 신호들

이러한 점막 기능 저하와 면역 붕괴는 피부뿐 아니라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잠이 들기까지 한참이 걸리거나 자는 도중 자주 깨고,
새벽마다 화장실을 찾게 되는 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또 일찍 자고 오래 자도 개운하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거나,
식사 후 배가 더부룩하고 가스가 잘 빠지지 않으며 무른 변이나 설사를 자주 경험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문제들은 단순히 '컨디션이 안 좋다'는 정도로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내 몸의 회복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와 함께 드러내고 있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결국 피부만이 아니라,

나의 몸 전체가 도와달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었던 것이죠.

피부보다 먼저 회복해야 할 것들

10년간의 치료기간 중 이 사실을 확인하게 된 마지막 2년간은 피부에만 집중하던 시선을 거두고,

몸 전체, 특히 ‘소화기와 수면의 리듬’을 회복하는 방향에 집중하는 치료를 시작했어요.

물론 그 과정이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 제 몸에 맞지 않는 한약을 복용했을 때는 오히려 피부가 더 뒤집혀 밤에 눈물이 날 만큼 가려웠던 날도 있었어요.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100여 가지 이상의 한약을 직접 복용해보며 몸의 반응을 기록하고 관찰했고,
그 과정에서 저에게는 ‘오수유’라는 약재가 잘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 후 오수유가 포함된 한약을 중심으로 치료 방향을 정비하고,
피로와 소화불량을 먼저 개선하는 데 집중했더니 몸 전체가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위장 기능이 좋아지고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면서,
붉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가라앉고, 각질도 점차 진정되면서 피부가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걸 느꼈어요.

그 작은 변화들이 하나둘 쌓여가던 어느 순간,
저는 매일 반복되던 절망의 패턴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다만, 피부로 드러난 증상은 비슷할지라도 몸 속 상태, 얼굴 습진의 원인은 100명이면 100가지가 있다 할 정도로 다르기에

제 몸에는 이 약재가 맞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어요.

각자의 원인을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만 치료가 유효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그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어요.
저는 그때, 몸이 회복할 준비가 되면 피부 역시 반응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피부가 진정되기 시작 했고,
그 이후로 피부 증상이 다시 심해지지 않고, 지금도 피부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 분도,

얼굴이 항상 술 취한 사람마냥 열이 올라 빨갛고 화끈거리고,
하얗게 일어나 덜렁이고 있는 지저분한 각질이 자꾸 눈에 밟히고,
마음껏 긁을 수도 없는, 연고를 발라도 가라앉지 않는 가려움 때문에 지쳐 계시다면,

한번 피부가 아닌, 내 몸을 들여다보기를 시작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의 진정도 필요하지만,
더 이상 피부를 진정시키지 않아도 되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

연고를 챙겨 바르고 음식을 가려먹고 시시때때로 보습제를 바르지 않아도 되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우리가 진짜 바라는 회복의 모습이 아닐까요?